곡우(穀雨), 만물을 기르는 생명의 비와 제주의 숲
‘청명’이 맑은 하늘 아래 짝을 찾는 새들의 요란한 노랫소리로 생명의 시작을 알렸다면, 이어지는 ‘곡우(穀雨)’는 대지를 적시는 촉촉한 봄비로 만물을 본격적으로 살찌우는 절기다.
‘봄비가 내려 백곡을 윤택하게 한다’는 이름의 뜻처럼, 곡우의 비는 뭇 생명에게 가장 반가운 단비다. 청명 무렵 겨우 움을 틔운 제주의 들풀과 숲의 나무들은 이 비를 머금고 비로소 짙은 녹음으로 나아간다. 지난 절기, 번식을 위해 부산하게 지저귀며 소통하던 동박새와 직박구리, 제주큰오색딱따구리 같은 새들도 비가 불어넣은 숲의 풍요를 바탕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어린 생명을 품어낸다.
곡우의 비는 농부에게 한 해 농사를 기약하는 생명수이자, 하도리 철새도래지부터 비자림에 이르는 제주 생태계를 순환하게 만드는 귀중한 동력이다. 하늘이 맑아지던 청명을 지나, 대지를 적시는 곡우의 비 속에서 숲과 습지가 보여주는 역동적인 성장에 귀를 기울여 본다.
2020년 곡우는 20세기 이후 처음으로 4월 19일이었다. 사진 속 양옆에 있는 쌍둥이도 그해 4월 19일에 태어났다. 돌아서면 배고프다 하며 폭풍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, 마침 곡우의 단비가 가늠할 수 없는 성장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 같아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.
대지를 적시는 비가 숲을 키우듯, 아이들도 이 단비를 닮은 사랑 속에서 무한히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. 이 봄, 우리 곁의 모든 생명이 곡우의 축복 속에서 저마다의 빛깔로 짙어지길 바란다.
(사)제주생태관광협회 김효빈 팀장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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